쓰고/TMB
TMB(Tour De Mont blanc) 여행기 11
李乾
2015. 7. 15. 12:51
거뭇거뭇해진 가방 커버가 자신 역시 순탄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고생했다. 이제 진짜 고생하러 가자.
비가 온다. 내가 밖에 나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
너의 심술에 대비해 나도 제법 준비를 했다.
비 한방울 스며들 틈도 없이 무장을 하고 알펜로즈를 나섰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버스를 타고 Les Houches(레 우쉬)에 도착.
본격적인 TMB가 시작되었고, 비도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우의를 때려도 콧노래가 나온다.
비가 내려도 여기는 TMB고, 나는 TMB를 걷고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여기는 개똥밭보다 훨씬 좋은 곳이다.
잦은 갈림길에도 TMB 표지판 덕분에 거침없이 방향을 튼다.
철 지난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지도대로라면 출발 이후 내내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삼십 분 째 내리막이 계속된다.
언제부터인가 TMB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갸우뚱하면서도 계속 걸었다.
해외에만 나오면 길을 잘 잃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지도를 꺼내어 확인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사람을 만나면 길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아, 초장부터 조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