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TMB
TMB(Tour De Mont blanc) 여행기 3
李乾
2014. 1. 26. 23:18
그녀와의 10시간은 비행기의 속도와도 같았다. 빠르지만 체감하지 못했다.
그녀는 얼굴에 그늘이 없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몇 번 그녀의 표정을 따라 지었던 것 같다.
영국에서의 유학생활과 비행기의 시설, 기내식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곰 얼굴을 한 베개를 꺼내서 얼굴을 묻고는 잠이 들었다.
이 비행기가 이대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장은 매정하게도 그녀와 나를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 내려놓았다.
착륙 전 그녀의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고,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녀는 영국으로 나는 스위스로 가야한다.
게이트의 방향이 엇갈리는 곳에서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돌아서던 그녀를 세워 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 물었다.
-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너의 사진을 사용해도 되겠느냐. 걱정마라. 나의 블로그는 유명하지 않으니.
곧 답신이 왔다.
- 물론이지. 나 역시 유명하지 않으니.
서로 유명하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