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TMB
TMB(Tour De Mont blanc) 여행기 4
李乾
2014. 2. 4. 22:31
그녀와 가벼운 포옹을 하고 돌아서자 숨어있던 한기가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다.
공항에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투를 입고 있었고, 나는 반대였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옷의 대부분은 아마 환승할 비행기에 실려있을 것이었다.
스키폴 공항은 키가 크고 색색의 눈을 가진 외국인들로 북적댔다.
비로소 한국을 떠나 온 느낌이 들었다.
첫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낯익은 간판이 보였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비슷한 간판을 본 것이 기억났다.
그는 이 공항의 이 간판에서 이국적이라는 형용사가 어울릴 것 같은 즐거움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단지 한기를 느꼈을 뿐이다.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비행기는 3시간 후에 출발한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헤밍웨이의 독백은 그의 책이 왜 많이 읽히는지 말해준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이 한스럽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 다시 앞 쪽을 들추었다.
그리고 노인이 청새치와 싸우는 사흘 간을 다시 읽었다.
노인은 단지 고기를 잡기 위해 사흘 밤낮을 싸우지 않았다.
그는 어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려는 자신과 싸웠다.
결국 고기를 잡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를 만나 모조리 뜯기고 말았다.
그는 초연했다. 마치 고기를 잡기 전과 같이.
고기를 잡았을 뿐이고, 고기를 잃었을 뿐이었다.
책을 읽은 후 공항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