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기고
잊지 않을게요
李乾
2015. 5. 10. 21:28
이룰 수 없는 간절한 소망으로 가슴 아린 적이 있었다. 이별한 연인이 돌아오길 바랄 때가 그랬고 허무하게 흘러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을 때가 그랬으며 꿈은 꿈일 뿐인 걸 알게 되었을 때가 그랬다. 그럴 때면 소망은 절망이 되어 한겨울 칼바람처럼 뼛속 깊이 파고들어 와 온몸의 마디를 끊어버렸고, 무기력한 육신을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는 칠흑의 공간에서 영겁과도 같은 시간을 헤매고 나서야 비로소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 전 자식을 잃은 안산의 부모들은 여전히 아리고, 시리다. 벼랑 끝에 선 채로 잔인한 4월을 다시 맞이했다. 어느 부모가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아픔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애절함으로 탑을 쌓았다면 하늘에 닿기에 충분할 것이다. 절망으로 땅을 쳤다면 천지를 흔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할 수만은 없다. 어린 목숨이 왜 헛되이 스러져야 했는지 밝히는 것이 남은 자의 몫이다. 그래서 쓰린 상처를 부여잡고 울부짖는다. 악으로, 생떼로, 돈독 오른 파렴치한으로 매도될지언정.
슬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는 핑계로 합동분향소에도, 촛불 집회에도 가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이렇게나마 글로 남겨 잊지 않으려고 한다. 떨칠 수 없는 부채감과 죄책감. 잊지 않겠다. 꽃들이 아스러지는 가정의 달이다.
※ 이 글은 '걷는 골목 이야기 - 월간 재미로(路)'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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