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의 도깨비시장은 이층집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거사를 치르기 전 창문을 닫는 걸 잊었는지, 180도 달라진 남편 때문인지 몹시 궁금했다. 시장 사람들은 늘 있었던 일이라는 듯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야채를 파는 할머니는 열무를 다듬고 옆집 아주머니는 홍시를 진열했다. 맞은편 할머니는 팔을 휘휘 저어 고등어에 달라붙는 파리를 쫓을 뿐이었다. 나는 그 소리가 여름밤 모기만큼이나 신경 쓰였으나 뜨내기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발걸음을 뗄수록 여자의 신음소리는 다채로워졌고 나는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몇 걸음을 더 옮기며 궁금증과 뜨내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돌아서서 이층을 향해 셔터를 두어 번 눌렀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이층의 빨간 벽돌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뜨내기를 선택한 건 우사단로에서 가장 잘 한 일이었다.
※ 이 글은 '걷는 골목 이야기 - 월간 재미로(路)'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 사진의 장소는 글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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