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낙서한 것처럼 얽힌 전깃줄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우사단로의 집들 같았다. 그 모양은 꿀타래 같기도 했는데, 가가호호 재미를 모아 오는지 단내가 풍겼다. 이어서 깨를 볶는 방앗간 냄새가 나기도 했고, 퇴근한 아빠를 위해 데워놓은 목욕물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전기를 나르는 전깃줄처럼 온기를 나르는 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줄에 ‘감온’된다면 올 겨울은 따뜻하게 날 수 있을 테니까. 하나의 전깃줄이 몇 가구에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봇대는 우사단로에서 가장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 이 글은 '걷는 골목 이야기 - 월간 재미로(路)'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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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李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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