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 외딴 집 처마에서 비를 피하며 지도를 살폈다. 


나는 틀림 없이 오르막을 올랐어야 했다. 



4년 전, 동강 여행을 했던 때가 생각났다. 


강 가를 따라 동강을 거슬러 오르는 코스를 계획했었다. 


그 날도 비가 몹시 내렸다. 강이 불어 길이 끊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길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는, 돌무더기와 풀숲으로 가득한 곳에서


한 시간 이상 걸어온 길이 맞을 거라고 되뇌이면서 계속 나아갔다. 


갑자기 우산도 소용 없을 만큼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대로 멈춰 우산 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야속한 날씨를 탓했다.


세 대를 피는 동안 비는 그치지 않았고, 나는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가야 한다.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처량한가. 


누군가 뒤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차를 한 대 세워 길을 물었다.


그들 역시 길을 몰랐지만, 친절하게도 나를 태워 길을 찾아주었다. 


돌아온 곳은 거의 시작 지점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루트로 들어섰다. 


자괴감을 느끼기에는 해가 너무 져버렸다. 


해도 길을 잃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다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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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李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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