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B 루트로 돌아와 Bionnassay(비오나세이)로 향한 시각은 오후 4시.
표지판이 다음과 같이 안내한다.
'Col de voza(꼴 데 보사) 2h 30m'
이 망할 언덕의 정점에 도달하는데 일반적으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뜻이다.
거기서 30분을 더 가면 Bionnassay에 도착하고, 해는 진작에 졌을 것이다.
첫날부터 벌어진 상큼한 상황에 아주 기분이 좋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일까?
Col de voza를 오르는 길은 피똥 쌀 정도로 힘들다.
TMB 루트를 만든 사람을 찾아서 뺨을 후리고 싶다.
거센 빗방울만이 내 뺨을 때린다.
2시간이 넘게 이어진 오르막과 비바람, 높아진 고도만큼 찾아온 추위를 뚫고 드디어 Col de voza를 밟는다.
이 곳은 간이 기차역이다.
기차에서 누군가 손이라도 흔들어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사방천지에 나 혼자 뿐이다.
정상에 올랐다는 보람을 느낄 틈도 없이 내리막이 펼쳐진다.
TMB 루트가 하루에 산을 하나씩 넘는다더니, 나는 왜 이 말을 좀 더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어스름해진 하늘이 걸음을 재촉한다.
다리가 반쯤 풀려 휘적대며 걷는다.
어둑해진 후에야 Auberge Bionnassay에 도착.
오늘의 숙소를 만났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TMB 루트 내의 숙소는 대부분 'Demi-pansion'이라는 형태로 운영된다.
당일 저녁식사 + 숙박 +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값도 도심지에 비해 저렴해 TMB 여행객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다.
오늘의 Demi-pansion은 31.5유로.
스프-메인-디저트로 이루어진 저녁 식사는 개고생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맛이 좋다.
특히 산딸기 타르트, 티라미수, 치즈가 한 조각씩 놓인 디저트는 경배받아 마땅한 무엇이다.
식사 후 2층의 숙소로 올라가는데 빗소리가 심상치 않다.
하염없이 잘도 내린다.
내일도 저 비를 맞겠지.
도롱이가 생기는 꿈을 꾸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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