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옷을 스테로이드에 적셔놓았던 걸까. 


열이 나면서 활력이 돌았다. 갓 잡힌 고등어처럼 펄떡대며 계단을 뛰어다녔다. 


이제 밖에 나갈 수 있다!



카메라를 챙겨 동네 탐험에 나섰다. 




하늘은 온통 담배연기로 뒤덮인 것처럼 흐렸지만 꽃 덕분에 흥이 난다. 


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걸었다. 


희뿌연 아르브 강도, 삭막한 철로도 마음에 든다. 


의식주 중에 '의'가 가장 먼저 앞에 나온 이유가 있었다. 



내리막의 끝에 달했을 즈음 시골 학교 운동장만한 호수를 만났다. 


경계를 표시하듯 듬성듬성 심어진 커다란 침엽수가 풍경을 완성한다.


호수의 언저리를 따라 걷는데 수면에 퐁당퐁당 작은 원들이 그려진다. 


이 비는 내가 밖에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을까. 


카메라를 품고 모자를 뒤집어쓴다. 




조금 더 걷자니 강태공들이 눈에 띈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지만, 허허 웃으며 낚싯줄을 던진다. 


저 양반들 마누라 속좀 썩이겠구만. 


내 남편이 갖지 말아야 할 취미는 전 세계 공통이다. 


그래 어디 실력좀 봅시다.



올라오는 물고기 씨알이 제법이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지만 침이 꼴깍 넘어간다. 


머릿속에는 이미 노릇한 생선구이 서너마리 해치웠다.


백반 한 상의 아쉬움을 사진으로 달랜다




더 있다가는 낚싯대 하나 빌려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월척을 기원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알펜로즈에 돌아와 백발의 친구에게 옷을 돌려주었다. 


'당신 덕분에 내 여행이 특별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천만에. 즐거운 여행 되길'



이제 짐만 오면 된다.


왜 안오지, 올 시간이 되었는데. 시계 초침을 따라 눈이 움직인다.


분침이 열한 바퀴를 돌았을 즈음, 문이 벌컥 열린다. 


파란 눈의 청년이 파란 가방을 들고 있다. 



드디어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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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李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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