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처음 배울 때, 던진 미끼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게 어려웠다. 바닥에 닿는 느낌을 모르니 대충 이쯤이다 싶으면 휘휘 낚시대를 당길 뿐이었다. 바닥에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조류에 둥둥 떠밀려 가는 낚시줄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더 무거운 봉돌을 달고, 납을 칭칭 감았다. 늘어난 무게에 따라 핑핑 풀리는 낚시줄의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가라앉은 바늘은 돌이나 바위 틈에 걸려버려 낚시줄을 끊어먹기 일쑤였다.
이 영화는 무거운 추를 쓰는 낚시다. 봉돌에 납이 잔뜩 감겨 있다. 이 정도면 됐겠지 했는데 자꾸만 납을 더 감는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무슨 고기가 있길래, 대체 뭘 낚으려고 이리도 깊게 들어가는지 호기심이 생긴다. 흐름의 낚싯줄은 두 시간 내내 팽팽히 당겨져 있다. 마침내 봉돌이 바닥에 닿고 고기를 기다려 보지만 입질이 없다. 아니, 바람이 세서 입질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 아무래도 바늘이 바위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안타깝지만 줄을 끊어야 했다. 그런데 줄이 갑자기 당겨진다. 힘들게 끌어올린 바늘, 그 끝에 달린 것은 시커멓게 설킨 해초덩어리였다. 어쨌거나 건졌고, 건진 것이 흥미로웠기에 만족한다.
두 배우의 호흡이 기대 이상이었고, 조연들도 역할에 충실하다.
뭐, 결론은 좋았다고.
+ 석현과 일영이 소주를 마시는 장면에서 앵글의 흐름(건너의 사람들로 옮겨가는)이 무척 좋다.
++ 음악은 기억나지 않는다.
+++ 금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이는 봐서는 안 될 영화다. 담배 땡긴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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