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단상

찍고/보통날 2018. 4. 17. 00:00




                                                                                       서울, 창경궁




기다려야만 오는 봄이 아니고 


기다리지 않는다고 오지 않을 봄도 아니다.


그런데도 창경궁에 와있는, 나는 애쓰고 있다. 



차곡차곡 덮어놓은 옛일을 들추며 궁내를 거닌다.


추억의 조각을 회수하길 바랐던 건 아니었으나 


쇠가 자석에 끌리듯 알아서 붙어오더라. 



푸드덕 청둥오리 날갯짓에 까르르 


뻐끔대는 잉어 주둥이에 하하 호호 


저들은 무엇이 저리 즐거운가.



기쁜 일도 지나가고 


슬픈 일도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희로애락에 무덤덤해지는, 나는 입맛이 쓰다.



봄을 실어온 햇살은 맥없이 바스러지고


셔터를 누르는 손길은 더뎌져만 간다.



햇살이든 칼바람이든 그저 맞고 서 있는


고목만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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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李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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